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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양

상자 속의 양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是枝裕和)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양을 그려준다. 하지만 그 어떤 양도 어린왕자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어린왕자가 계속 투정하자 여우는 상자 한 개를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상자 안에 네가 원하는 양이 들어있어.” 어린왕자는 그제서야 그림에 만족한다.

리버스라는 회사는 아이를 일찍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해 휴머노이드를 서비스한다. 휴머노이드는 아이와 똑같은 외형과 목소리, 성향과 일부 기억을 갖는다. 가족들은 휴머노이드를 품에 안으며 미처 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고, 값진 옷을 입혀주고, 귀한 것들을 경험시켜준다. 

반면 어떤 휴머노이드들은 입양한 가족들로부터 버림 받는다. 새 아이가 생겼든 떠나간 아이가 더 이상 그립지 않게 되었든 여느 이유로든 상실감을 극복하고, 더 이상 아이를 닮은 휴머노이드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안다. 아이는 그들의 진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비록 아이와 같은 외형을 가졌을지언정 생활까지 똑같진 못한다. 휴머노이드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몸을 씻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로봇을 보며 아이를 상상한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큰 상처를 얻기도 한다. 어떤 상처는 너무나도 아파서 우리를 잠시 과거에 머무르게 만든다. 영화는 아이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기술을 통해 치유할 수 있을까, 라는 상상을 토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사람은 과거에만 머무르지는 않는 것 같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쩌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어떻게든 나아가는 게 사람이고, 어떻게든 펼쳐지는 게 인생이라고.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