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관점에서 본 비즈니스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와 하드웨어 비즈니스.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실물 가치를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구현해 판매하는 비즈니스다. 새로 다니는 회사는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한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배운 몇 가지 특징.
현장
하드웨어 비즈니스에는 ‘현장’이 존재한다. 현장은 어떤 물리적인 공간으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회사가 제공하는 가치를 만드는 생산현장과 2)생산된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판매현장. 생산현장은 제조업의 공장과 외식업의 주방을 예로 들 수 있고, 판매현장은 유통된 책을 판매하는 교보문고나 소매점을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 실물은 반드시 물류를 거쳐 한 현장에서 다른 현장으로 유통된다.
그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서는 코딩으로 구현되어 고객에게 제공되는 모든 디지털 공간이 현장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이기 때문에 현실과 달리 생산현장과 판매현장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물류조차 동반하지 않는다.
두 현장이 제공하는 가치는 각각의 현장만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있다. 각각의 콘텐츠는 고객에게 고유한 ‘경험’을 제공한다. 즉, 두 현장은 표면적으로는 달라보일지라도 '고객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본질을 공유한다. 특별한 공간에 방문할 때, 맛있는 음식을 맛볼 때, 특정 주제로 큐레이션된 물건들이 진열된 매대를 구경할 때 등 오프라인일지라도 우리는 표면적인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콘텐츠에 '접속'하고 각 콘텐츠가 제공하는 경험과 상호작용한다.
운영자동화
설계·운영의 관점에서 현장을 바라볼 때 큰 키워드 중 하나는 자동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현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비롯된다. 현장이 제공하는 가치가 고객에게 실제로 가치 있는지는 차치하고 현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자동화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장이 고유의 가치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크고 작은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스토어에선 물건이 판매대에 진열되는 것, 판매대에 진열된 물건에 가격표가 올바르게 붙어 있는 것 혹은 고객이 어떤 물건의 쓰임새를 물어볼 때 그 답을 누군가가 (인간이든 기계든) 설명해주는 것이 있다. SNS에는 고객이 전송 버튼을 누를 때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내주고, 삭제 버튼을 누르면 고객이 올린 사진을 지워준다.
온라인 현장이 기능하는 방식은 오프라인 현장의 방식과 다르다. 온라인에선 모든 기능이 코드로 인해 자동적으로 구현되고 수행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상당 부분이 사람에 의해 작동한다. 그래서 얼마나,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느냐'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된다.
업무의 자동화
네가 물류를 시작한 이상 오퍼레이션의 끝을 보게 될 거다. 일에 끌려다니지 말고 일을 주도해라.
운영을 리드하고 있는 동료가 해준 말이다. 우리 회사는 생산현장을 개발한다. 생산현장은 판매현장과 달리 프로세스가 많고 복잡하다. 내∙외부적으로 물류를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생산현장에서의 오퍼레이션에는 끝없는 과정의 반복만이 있다.
일에 쫓겨다니거나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을 끝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일을 점점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을 A라고 치부하면 A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B와 C를 병행해야 한다 (ABC 메타). 실제로 동료는 전체 시간 중 80%를 A에, 20%를 B/C에 쏟고 있다고 했다.
현장운영은 맨땅에 헤딩하는 데서 시작한다. 직접 해봐야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업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실제로 일을 더 빨리 할 방법을 찾는다. 종국에는 완전히 손놓아도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을 주도하라"는 말은 곧 "일을 자동화하라"는 말이다.
현장운영은 결국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해야 할 일은 언제나 차고 넘치지만 시간은 부족하다. 사람을 다루기도 하고 계속적으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인지 사업을 일구는 과정과도 닮았다.
매일 현장을 보고, 감독하고, 조정한다. 현장을 보지만 동시에 사업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