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다 보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자세를 다시 잡고, 동작 속도를 줄이며, 자극이 오는 부위에 더 집중한다. 고통을 밀어내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면 낯선 감각들이 드러난다. 부풀어오르는 느낌, 시리거나 뜨거워지는 감각, 근결이 하나하나 들어차는 듯한 울림. 여전히 아프지만, 생경하고 묘하게 끌리는 감각들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눈에 보이는 모습 외에도, 그것을 이루는 요소들과 그것들 간의 짜임새가 있다. 운동할 때의 고통도 그렇다. 피할 대상이 아니라 탐구해볼 만한 것으로 생각하면, 새롭고 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것들은 음미할만한 것이기도 하다.
운동은 의외로 정적인 활동이다. 격한 움직임을 반복하지만, 그 안의 의식은 오히려 고요하다. 단순히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몸의 한계를 탐색하는 일이다. 같은 동작 같아 보여도 움직임이나 회전의 속도와 각도, 힘의 세기 등 수많은 실험이 담겨 있고, 무수한 실패와 조정이 뒤따른다. 그리고 계속 변하는 건 내 몸에 대한 감도와 내 감정이다. 내가 마주하게 되는 나의 반응들이다.
예전엔 운동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수업보다 체육관과 운동장이, 친구보다 루틴이 더 익숙했던 때.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는 걸. 기세, 체력, 끈기 같은 것들보다도, 그 시절 내게 남은 건 고통을 감내하는 태도였다. 마주하는 법, 버티는 법, 들여다보는 법을 그때 배웠다.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괴로움이라는 껍질 아래엔 늘 또 다른 결이 숨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을 이루는 근본적인 질서가 드러난다. 그러면 지금의 상황과 나 스스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확장되고, 이전보다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