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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대표님과 식사를 했다. 대표님은 요즘 사무실에 안 계시는데 우연히 일정과 동선이 겹친 덕분이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대표님이 나와 밥 먹으려고 법인카드 사용을 승인받아오셨다고 소탈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셨다.

“어차피 대표님 것인데 왜 그러셨냐“라고 물었더니,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라고 말씀하셨다. 본인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도와줘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 같다고, 자기 혼자였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왔을 것 같다고. 그래서 자기 것이지만 자기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법카 쓰는 것도 어려웠을텐데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셨다.

대표님은 사업이 좋긴 한데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두번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만큼 너무 즐겁고 소중하기 때문에 이왕 하는 거 좋은 사람들하고 오래 오래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잠깐 벙쪘던 것 같다. 우리 회사는 11년차다. 즉, 대표님은 10년이 넘는 시간과 삶을 쏟아부어서 여기까지 온 셈. 이만한 세월이 있었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말을 하실 수 있는 걸까. 자기 능력의 한계를 보았기 때문일까? 그것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웠다. 마치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았다.

요아정이 매각되었다고 한다. 지분 100%에 400억, 설립 4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슬랙은 1년만에 유니콘이 되었다. 노모어피자는 설립 1년만에 가맹점 100호가 생겼다.

예전에는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회사가 멋있어 보였다. 이들을 동경했고, 이들처럼 되고 싶었다. 우리 대표님도 그러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성공 신화를 우러러 본다. 너도나도 빠르고 쉬운 길을 찾느라 눈을 붉힌다. 그러나 실제로 이룬 이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이제는 좀 다른 생각을 한다. 모든 일들에는 댓가가 따른다. 빠른 성장에도 응당 치러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 함께 한 사람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요즘은 성장이란 용어가 별로 달갑진 않게 느껴진다. 뭘 위한 성장인가? 많은 이들이 추앙하는 성장이 목적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사업은 성공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은 애초에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위해 떠나는 긴 여행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걸 해내려면 문제와 씨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견뎌내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긴 시간동안 견뎌내는 여정이다.

지금의 조직에 오고, 대표님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배우는 것들, 몰랐던 것들, 새롭게 보게 된 것들이 많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회사를 10년 넘게 끌고 오신 대표님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강한 것이 강한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고, 지속하는 것이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