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

건국사업

우리 회사에는 공장이 있다. 핵심자재를 직접 수급한다. 덕분에 물가 변동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고, 경쟁사들에 비해서 소비자 객단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재만 생산하자고 공장을 돌리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공장이 생산하는 규모가 너무 크다. 그래서 유사 자재를 납품하기 위한 거래처도 따로 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두가지 사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셈.

하지만 자재를 직접 수급한다고 해서 외부 물가로부터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공장도 어디에선가 수급해오는 원자재가 있고, 그러면 보통 납품업체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원물의 시세가 오르면 납품하는 물건의 가격도 올라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우리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상식의 영역이다.

최근에도 원물의 가격이 오르는 일이 있었다. 납품업체 거래가를 올리는 것으로 거진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에 대표님께서 하드스탑을 걸었다. 잠시만 시간을 좀 더 갖겠다고.

대표님은 이내 해결책을 찾아오셨다. 힌트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시장의 대형 브랜드의 임원의 연락처를 알아내신 뒤 직접 만나고 오셨다. 다행히 만남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가격방어를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거래처들은 비용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대표님에게 여쭸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냐고. 외부 물가 상승은 보통 자연재해 같은 것이고, 당시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상식적으로 대표님께서 굳이 그렇게까지 시간과 마음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회사에는 늘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많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대표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거래처에게 부담을 지워버리면, 외부로부터의 리스크를 그대로 떠넘기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뭔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물론, 결과가 좋으니 이야기할 수 있는 낭만적인 에피소드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이런 문제를 타개할 시도를 하려고나 할까. 한가지 분명한 건 이런 생각 또한것은 한두번이 아닐 것이라는 점… 아마 그러니까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보신 거라고 생각한다.

대표님은 늘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신다. 단순 가족과 직원들뿐 아니라 거래처와 파트너들도 포함하고, 일터에서만의 행복뿐 아니라 바깥에서의 행복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행복을 바라신다. 가끔 보면 이 포용력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대표님은 어쩌면 건국을 하시려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 회사는 아마 그런 비전을 향해 계속 확장하지 않을까. 그렇게 다른 사업체가 생기고, 더 많은 직원들이 생겨서, 매장을 거점으로 물리적인 접근성이 생기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고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사람들을 공동체로 한 데 묶어 외부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 국가가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국가들도 그렇다. 회사도, 국가도 오직 소수만이 공격적으로 확장에 임한다. 더 많은 자원을 얻고, 더 비대해지려고 한다. 그리고 걔중 극소수만이 전혀 다른 것에 몰두한다.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그들만의 목적이다.

테크닉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또 어떤 테크닉은 스승없이 터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가치관이나 태도에 대해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그러한 가치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몸소 보여주며 깨달음을 주는 스승은 더욱 귀하다. 내가 우리 조직의 리더들을 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