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연애에만 몰두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일과 연애 말고는 특별히 다른 무언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항상 이루고픈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던 나였는데 최근에는 흥미나 꿈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지인이 있다. 주말에도 아침 일찍부터 모임을 나가고 시간을 쪼개서 공연을 보러다니고 북클럽을 한다. 쏟아낼 열정과 관심사가 있다는 것이 새삼 부러웠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된 걸까?
취향에 관해 생각한다. 취향은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내 안에 있어서 잘 들여다보면 언젠가 찾게 되는 나만의 영역.
요즘은 생각이 다르다. 취향은 단순히 마음이 가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처음의 끌림은 타고난 기질이 만들 수 있지만 지속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면 취향은 방향이고 벡터다. 내가 무엇을 반복해서 선택하고, 무엇에 나를 지속적으로 노출할 것인지. 취향은 의식적인 선택에 기반한다.
취향은 '뜻 취(趣)'와 '향할 향(向)'으로 쓴다. 흥미나 관심이 아니라 뜻과 의지를 쓴다. 그래서 취향은 내가 의식적으로 향하는 방향이다.
비슷해 보이는 것들은 계속해서 들여다 보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디테일을 식별할 수 있게 되고,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적절한 디테일과 덜 적절한 디테일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선택이 쌓이면 이전에는 없던 방향이 생긴다. 반복이 주는 힘이다. 남들에겐 없는 눈과 기준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취향은 발견하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표식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